Hanbange 3.0 - (C) Breadu Soft 2008

솔트 앤 파이어

이 차 좀 마셔요

안대 벗겨줘

받아요

머리 좀 숙여줄래요?

됐어요

또 만났네요

날 풀어줘요, 당장!

차 마셔요

싫어요

맛이 좀 씁쓸해도
고도 적응이 될 거요

상관없어요

코카 잎 끓인 차요

수갑이나 풀어주세요

내 부하들을 할퀴고
깨물었잖소

당해도 싸요

그래서 수갑까지 찬 거잖소

이제 풀어도 되겠소?

날 봐요

날 보라고!

풀어도 되겠소?

네, 풀어줘요

컵은 내려놔요, 어서요

손 내밀어요

좀 낫소?

이유를 설명해줘요

모두 계획대로 될 거요

내 여권은 언제 줄 거죠?

- 그건 모르겠소
- 언제 풀어줄 거죠?

그것도 잘 모르겠소

배고파요

기내식 말고
먹은 게 없어요

서른 시간 됐군요

고마워요

식탁보도 가져가세요
고마워요

다른 음식을 드릴까요?

아니요, 지금 많이 먹으면
시차 적응이 어려워서요

사과 주스만 주세요

- 알겠습니다
- 고마워요

승무원?

샴페인 한 잔 더 주세요

네 잔째예요

몇 잔 마시는지
계속 세줘요

제 매력적인 동행인한테도
한 잔 주세요

조머펠트 교수님이죠

L.A.U.R.A 조머벨트

고마워요

함께 축하합시다

축하할 게 뭐 있죠?

마이어 박사님께도
한 잔 부탁해요

건너편 좌석에
앉은 분이요

우리 모두 일행인데

단합이 필요하죠

난 얼음 넣지 않은
위스키로 주세요

무슨 일로 가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우린 자연과학 사절단이에요

조머펠트 교수님이
우리 대표님이랍니다

유엔 파견단이죠

생태학적 재앙을
조사하러 갑니다

디아블로 블랑코 재앙이요

저는 처음 듣는데요

곧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해질 거예요

카바니 박사님!

파비오예요

파비오라고 불러요

미안한데요

좌석 변경이 가능할까요?

죄송해요, 빈자리가 없어요

도움이 못 돼 죄송해요

조머펠트 교수님
푹 자둬요

로라라고 부르세요

현지 시각이 몇 시죠?

- 몰라요
- 내가 해줄게요

고마워요

누가 마중 나오죠?

헬름홀츠요

농업환경부 소속 직원이고

두 명이 더 나온댔는데

이름이...

읽을 수가 없네요

내가 받아적긴 했는데

모르는 언어라서요
미안해요

신호가 안 잡혀요

제 것도 안 돼요

현지 전화기를
구해달라고 합시다

유용한 어플이 있어요

어떤 건데?

수첩 기능이죠

4월 14일
입국 심사 줄에 서 있다

대기 줄은...

활기가 없고
정체돼 있으며

무기력한 데다

진전이 없다

적절한 표현이지 않아요?

우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우리를
계속 쳐다본다

따분한 표정 대회에
나온 사람들 같다

마이어 박사님?

왜 쳐다보는 걸까요?

눈이 마주쳐도
시선을 피하지 않아요

내 짐은요?

내 짐도 안 나왔어요

이런, 칫솔 챙기는 걸
잊었네요

칫솔을 안 가져왔어요

이런!

그냥 나가죠

네, 이런 일 많아요

어쨌든...

곧 오겠죠

그렇긴 하겠지

대체 어디 있죠?

도착 시간은 알렸죠, 카바니?

그럼요, 알렸죠

밖에 나가볼게요

아니요, 곧 누군가 올 테니
함께 있어요

안녕하세요?
늦어서 미안해요

환영합니다

조머펠트 교수님

- 어서 오세요
- 안녕하세요?

카바니 박사님, 어서 오세요

마이어 박사님이시죠?
환영합니다

비행은 편안하셨나요?

네, 시차 적응이
좀 안 되네요

물론 그렇겠죠

죄송해요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저는 아리스티디스입니다

아리스티디스?

네, 아리스티디스요

일정이 바뀌어서
장관님이 양해를 구하셨어요

장관님은 오루로에 계시고

여러분이 탈 비행기도
준비돼 있습니다

'여러분의 양해를 바라며'

'오늘 오후 오루로에서
만나길 청합니다'

내부 보안 문서잖아요?

농업환경부 장관님이
우리한테 보낸 거 맞나요?

이게 아닌데
실수가 있었나 보군요

실수요?

네, 실수가 맞네요

알려드릴 생각은 없었지만
어쩔 수 없네요

사실은 장관님께서
첩보 기관 일에 관여하세요

정부 내에서
영향력이 커지는 거죠

짐을 아직 못 찾았어요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희 직원들이 처리합니다

짐 검사나 여권 없이
보안 검색대도 통과해요

여러분 짐표만 주시면

갈아탈 비행기로
옮겨놓을게요

좋아요, 특별 대접이네요

됐어요, 가시죠

아쉽지만, 안녕히 가세요

저희 짐은요?

- 이미 실어놨어요
- 벌써요?

여긴 독일이나 뉴욕 공항보다
훨씬 능률적이죠

다른 건 상관없지만
짐 가방에 장비가 있어요

걱정은 저희한테 맡기고
즐거운 여행되세요

어서 타시죠

배가 고프네요

남은 반쪽이라도 드세요

고마워요

'한 명에겐 과하고
모두에겐 부족하다'

들어본 말인데
누가 한 말이죠?

알렉산더 대왕이요

군대가 탈수로
죽어가던 어느 날

한 병사가 물이 담긴
투구를 가져왔어요

한 방울씩 모은 물이었죠

그걸 받은 알렉산더는
땅에 쏟아버렸대요

그리곤 이렇게 말했죠

'한 명에겐 과하고
모두에겐 부족하다'

이번 일이 쉽진 않겠어요

내 장비만 있으면
문제없을 거예요

우리한테는
쫄깃한 파스타와

흰 송로버섯...

여인이 따라주는
와인이 필요해요

산속의 포도밭들과

포도주 상인들의
활기찬 응원도요

카바니, 자네는 시인이군

다 잘될 거예요

나오십시오

어떻게 된 거지?

저 사람들 누구죠?

난 나가지 않겠어요

장관님은 어디 계세요?

어서 내리세요

이러지 말아요

왜 이래요?

보안 문제가 있으니
저희가 보호해드리죠

누구세요?

- 난 내가 알아요
- 누가 보낸 거죠?

- 말 못 해요
- 난 사절단 대표이며

- 우린 정부 보호를 받아요
- 알고 있어요

그래서요?

우린 유엔의 보호도
받고 있어요

알아요, 알아

차가 대기 중이니
밖으로 나갑시다

우리 짐은요?

- 이봐요!
- 가시죠

손대지 말아요

난 여기 있겠어요

따라가지 않아
나한테 손대지 마!

당신은 내 포로야!

당신들 모두!

마이어 박사님!

나갈게요

- 알았어요
- 어서 가!

이거 놔!

박사님, 싸우지 마세요

저항하지 마세요

포기할 테니 그만 해요!

마이어 박사님?

어서가!

출발!

저리 치워!

저놈 어서 데려가!

손대지 말아요

그럼...

처음부터 계획한 건가요?

그런 셈이죠

왜 우릴 납치했죠?
계획이 뭐예요?

당신만 잘하면
모든 게 다 잘될 거요

우리가 사라진 걸
대사관에서 이미 알 거예요

대사관은 위기 상태요

협상은 없을 테니
어차피 상관없소

우릴 마중 나오기로 했던
사람들도 납치했나요?

아니요, 쉽게 매수했어요

부끄러운 일이죠

뇌물은 용납할 수 없어요

부탁 하나 하지

썩어빠진 세상을
구하려 들지 마시오

당신 이름이나 말해요

복면을 쓴 이상
난 이름이 없소

저 사람 얼굴은 알겠는데요

크라우스, 복면 벗지 그래?

이미 노출됐잖아

크라우스라니
아리스티디스 아닌가요?

믿을지 몰라도
난 아리스티디스가 아니오

그럼 크라우스군요

그럴 수도 있죠

어떻게 이렇게 빨리 왔죠?

- 우린 방법이 있어요
- '우리'는 누군데요?

우리의 주축은 나요

실세는 나예요

난 사절단 대표로서
단원들을 책임져야 해요

단원들은 무사한가요?

잘 있다고 장담하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자의
말은 믿을 수 없어요

당장 만나게 해줘요

때가 되면 만날 수 있소

우선 우리 사이에
비밀이 없어야겠지

마이어와 카바니 박사는
여기 수용소 안에 있소

마이어 박사가 맞았는데
상태는 어때요?

멍 자국은 있지만
다른 건 가라앉았소

무슨 뜻이죠?

그분이 좀 전투적이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어요

크라우스,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보여드려

가서 확인해 봐요

따뜻한 대접을 받더라도

이런 음식은
절대 먹어서는 안 돼요

이걸 먹였어요?

손님들 스스로 먹은 거죠

그래서 그분들의
현재 상태는...

- 어떻게 됐죠?
- 말해줘

설사병이죠

크라우스

교수님을 숙소로 안내해줘

휠체어를 타는 것도
불편할 때가 있어요

그렇군요

괜찮아요
언젠가는 다시 걷겠죠

마이어와 카바니 박사님
창문으로 와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 아니, 그렇지 않아요
- 난 죽어가고 있어

- 죽을 거요
- 아닙니다

만두가 이상한 거 같아요

다쳤어요?

네, 하지만 괜찮아요

문제는 설사병 때문에
배가 너무 아파요

기생충 덩어리가
내 뱃속을 휘젓고 있어요

이러다가 죽겠어요

죽기에 가장 귀한 곳은
가장 지쳐있는 곳이죠

이건 최악의 설사병이에요

수분 섭취 잘하고
푹 쉬면 돼요

교수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계속 말을 걸고
잘 들으세요

대화가 멈추지 않게
말을 시켜야 해요

인질 상황에선
그게 최선이에요

계속 말을 걸라고
책에서 읽은 적 있어요

엉뚱한 언어로
수군대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
제 걱정 안 해도 돼요

우리 상황도 해결해 볼게요

부인?

따라오세요

당신 숙소는
안마당에 있어요

이쪽이에요

로라, 꼴이 엉망이네

좋은 아침이에요

잘 잤어요?

안녕하세요

이 음식은 안전하니 안심해요

고마워, 크라우스

나와 나눠 먹읍시다

당신이 골라요

뺏어 먹는 것 같지만
배가 고파서요

날 식중독 걸리라고
납치하진 않았겠죠

절대 아니죠
먹는 걸 보니 좋네요

마이어와 카바니 박사를
만나고 싶어요

안심해요

모두 내 손님이니까요

나를 왜 인질로 잡았죠?

돈 때문인가요?

정부에 연락해볼게요

아니오

원하는 걸 말해요

비밀 요원이거나
정부 지원금을 바라나 본데

난 비밀 요원도 아니고
정부나 CIA와도 관련 없소

그럼 당신은 누구죠?

내 기대가 너무 컸군요

맷 라일리요

컨소시엄 대표군요

현재 컨소시엄은
법인으로만 남아있소

기회만 노리던 스위스인들이
상당수 지분을 매각한 후

중국과 미국, 한국인들은

다들 참호 속에
몸을 숨겼지만

손을 떼진 않았어요

디아블로 블랑코 재앙
때문이잖아요

내가 대표가 되기 전부터
시작된 재앙이지만

난 도의적 책임을 느껴요

하지만 당신도 알잖아요

그건 갑작스런 일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진화한 거예요

우린 70년대부터 측정한
데이터와 통계가 있어요

데이터와 통계요?

난 다른 면이 있다고 봐요

공공관계 말이군요

자신을 비하하지 말아요

그 얘기는 안 할 거요

거대한 음모를
숨기려는 거잖아요

바보 같은 소리요

그런 건 진실은 없고

오직 진실에 대한
견해와 직관으로

집단적 불안감이 생겨서
음모론이 되는 거요

내 데이터는 진실이고
재앙이 맞아요

외계인을 만났다고 주장하는
미국인이 3백만 명이고

그들 중
30만 명의 여성들은

외계인들에게 납치돼
강간당했다고 주장하죠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겨요

첫째

왜 이런 여성들의 몸무게는
모두 150kg이 넘을까요?

둘째, 왜 에티오피아에는
납치된 여성이 없을까요?

디아블로 블랑코 재앙은
물론 사실이며

멈추지 않고
계속 번지고 있어요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그 심각성을 판단하고

연구 결과를
공개하려는 건데

지금 그걸 못 하게 막는 건
바로 당신이에요

난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소

이번 일로
난 감옥에 가겠죠

날 풀어줘요

몰아붙이지 마시오

이러면 우리 둘 다
안 좋아요

순교자가 되고 싶나?

난 로라 조머펠트

나는 납치돼 있다

차로 두 세시간
걸리는 곳이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난 저들을 따르며

라일리의 목적을
알아낼 것이다

안녕?

너는 젊은 시절의

너의 창조주를
기억해야 한다

훌륭한 표본인
맥머피 씨의 말씀이오

방금 뭐라고 한 거죠?

'젊은 시절의
네 창조주를 기억하라'

말하는 새에 관한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알아요?

난 노스트라다무스의
책은 읽지 않아요

공상과학 소설 같은
예언을 했죠

'애완동물들이
인간과 소통할 것이다'

'지구 밖에서도
살 수 있게 된다'

'새 독재자가 공포감을 심고
전쟁이 벌어진다'

빅 데이터와 예측 분석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예언은
신경 쓰지 않아요

마이어와 카바니가
어떤지 궁금해요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예언 자체가 아니라

그 예언의 출처와
사실 여부요

보이지 않는 뭔가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요?

데이터로는 분석할 수 없고

예언자와 새들만이
표현하는 거 말이오

저 새는 기묘한 순간에만
저 말을 해요

'이제 젊은 시절의
네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들에
이르기 전에'

'아무런 낙이 없다고 할
시절이 오기 전에'

전도서 말씀이죠

튀빙겐의 발생 생물학
연구소 일은 끝났나요?

모델 생물을 연구했었죠

제브라피시, 과실 파리

배춧과에 속하는
갓류 식물들이요

흥미롭네요

유전자가 유사한 방법으로
생물들의 진화에 영향을 미쳐서

파리나 인간, 또는
갓류 식물이 되는 거죠

지금은 뮌헨의
생화학 연구소 소속이죠?

엄밀히 따지면 그렇죠

그런데 생화학 연구로
여기까지 왔군요

뒤로 물러날 때도 있는 거죠

좋진 않은가 보네요

- 글쎄요
- 내가 지켜본 바로는

행복한 결정인 줄 알았소

돌봐야 할 사람이 있나요?

당신은 내 인생을 몰라요

8살의 예쁜 딸이
축복이지 않소?

그게...

미안해요

난 참 서투른 바보요

나와 동료들에 대한 짓이
진짜 바보짓이죠

맞는 말이지만
사과는 하지 않겠소

내가 바보라서
내 인생을 건 게 아니오

마이어와 카바니는요?

두 사람을 해친다면

당신은 국제 재판에
회부되기도 전에

혹독한 처벌을
받을 거예요

이제 일 얘기나 하죠

크라우스 씨
방금 걸었어요?

네, 맞아요

이건 기적인가요?

아니요, 난 삶이 피곤할 때만
휠체어를 타죠

이 방법은 틀렸으니
이제 그만 끝내야 해

진실을 밝혀야지

전부는 안 돼

그런 순간이 온다면
그건 이분 손에 달렸고

늦진 않을 거야

시간이 얼마나 있죠?

진실만이
유일한 시간의 딸이오

밖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나한테 자료가 있어서
위안이 된다

라일리에겐 기묘하고
위험한 뭔가가 있다

계속 말을 걸어야 한다

여긴 동물을 상대로 한

법정 소송에 관한
서류가 많아요

봐요

암퇘지가 유아를
잡아먹은 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고

결국 화형에 처했죠

이건 도룡뇽인가요?

네

이 도룡뇽은
불에서 기원했고

악마의 동반자로 여겨졌죠

이렇게 적혀있어요

'이 도룡뇽은 성수를 뿌려
악령을 내쫓은 후'

'화형에 처했다'

난 다른 삶을 살
운명이었던 것 같소

이 은기둥을 봐요

아나모픽 아트로군요

네

이 작품은
'십자가로부터의 강하'예요

이게 당신의 상황처럼
느껴질 거요

불확실하고 왜곡됐지만

한 걸음만 더 내디디면
모두 제자리를 찾고

다 이해하게 돼요

그저 내 생각이오

어떤 관점에서 볼지는
당신 선택이죠

진부하게 들리네요, 마치...

욕먹을 준비 됐으니
말해봐요

글쎄요
모욕하고 싶진 않지만

얄팍한 거짓말 같네요

모든 흑인은 리듬감을
타고났다는 말처럼요

인정하오

관점에 관한 말을
좀 더 해볼까요?

- 네
- 좋아요

평생 이걸
직접 보고 싶었어요

이 회랑은 어디죠?

로마의 산타시마 트리니타
수도원이오

이 복도를 봐요

지극히 정상적이죠

한 성자가 나무 밑에
앉아있어요

하지만 더 가까이서
바라본 그림은

좀 더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가 되죠

하지만...

이걸 봐요

성자의 수도복 주름이
이렇게 넓게 펼쳐져요

가늘고 긴 주름이
메시타 해협이 되어

성자가 강을 건너려는데
뱃사공이 태워주지 않자

외투를 강물에 던져버리고

시칠리아까지 헤엄치죠

이 회랑을 따라 걷는다고
상상해봐요

난 늘 이런 상상을 해요

난 이제 컨소시엄 대표를
그만두고 싶소

완전히 손 떼고 싶어요

그래서 여기 살죠
다른 삶이 있거든요

진정한 내 모습을 찾으려
노력하는 셈이죠

이 방은 당신한테
숙소로 내줄 수 없었어요

왜죠?

왜냐하면, 백 년 전에

이 침대에서 공화국의
대통령이 돌아가셨고

그 상태로 보존해야 하거든요

여긴 오래된 물건들이 많아요

솔직히 말해도 돼요?

나한테 뭘 원하죠?

난 당신이 좋소

인간적으로요?

아니오

여자로서요?

당신은 매력적이지만
다른 사정이 있어요

내가 다 아는 척하긴 했지만

당신 딸에 관해
물어도 되겠소?

미안해요,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됩니다

이번 일을 맡은 건
제 딸 때문이었어요

어떤 면에서요?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려면
집중할 일이 필요했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저 궁금해지네요

딸과 떨어져 산 게
벌써 4년째예요

딸은 어디 있죠?

모로코에요

모로코?

네

딸의 생부가
데리고 있어요

당신은 결혼한 적 없던데

딸애를 자기 나라로
데려갔는데

돌려보내는 걸
거부하더군요

소송을 제기했지만

모로코의 법률 체계는
너무 느려요

유감이군요

자식을 갖는 건
비극의 시작이죠

아이가 있나요?

두려운 거라도 있어요?

그렇게 보여요?

아니요, 미안해요

어릴 때는 두려워했었죠

두려움 없는 아이들이
난 더 무서워요

두려움이 없는 아이는
성장하지 못해요

난 어둠을 두려워했었죠

하지만 할머니 말씀이
가슴에 새겨져 있어요

이렇게 말하셨죠

'어둠이 두려운 건 괜찮지만'

'인생에 있어 진정한 비극은'

'빛이 두려워질 때이다'

디아블로 블랑코 재앙 속의
로라 조머벨트

가방 가져와요

어디 가는데요?

당장 가져와요

어디로 가는지
알아야겠어요

차에 타시오

아니요, 나 혼자
안 떠나요

- 동료들은 어디 있죠?
- 난처하게 하지 마시오

마이어와 카바니 박사는
어떻게 됐죠?

안전해요

- 저는요?
- 당신은 달라요

난 당신의 포로지만, 그래도...

당신 만큼이나 나도
내가 세운 계획의 포로요

이젠 돌이킬 수 없소

여긴 어디죠?

당신이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와
보려고 했던 곳 근처요

디아블로 블랑코 호수군요

비록 이 기차들은
백 년 전에 여기 버려졌지만

시간에 이끌려
미래로 갔을지 몰라요

공상과학처럼 미래가 아닌
과거를 보는 게 존재할까요?

물론이죠

이 기차들은
아무런 용도가 없었어요

운반할 것도
목적지도 없었죠

외계인들이 놓고 갔나 보죠

그런가 보군요

사진 찍어도 돼요?

네, 우리만 찍지 말아요

이동해야 하니
어서 서둘러요

선로가 없네요?

무의미하죠

지금까진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진 않으니까요

저건 우투런쿠 산이에요

당신이 봐야 할 것 같았소

우투런쿠는 휴화산이에요

당신 전문 분야인 건 알지만

디아블로 블랑코보다
더 심각한 재앙이 벌어질 거요

수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우투런쿠의 전 지역의
지면이 솟아오르고

화산이 부풀어 오르는데

변화 속도가 예전의
측정치를 넘어서고 있소

실제로 진행이 너무 빨라서
끊임없는 진동이 느껴지죠

그럼 어떻게 되죠?

언제인지가 더 문제죠

어쩌면 폭발은 20만 년

아니면 2만 년
20년 이내가 될 수도 있소

이 지역 인구가 몇인지는
의미가 없어요

우투런쿠 화산이 폭발하면

지구 전체가 수십 년간
연기에 휩싸일 거요

당신이 북극, 히말라야
호주에 살든 상관없어요

인간은 멸종할 테니까요

난 여기 만들어놓은 게
더 걱정이에요

바로 지금 여기서

거대한 소금 평원이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요

동감이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밑에 있는 불꽃이 치솟을 거요

둘 다 직면할 문제예요

소금과 불이죠

깨어나기 직전인 괴물이
여기 누워있소

사람들은 곧 우투런쿠를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알게 될 거요

우투런쿠라고...

이게 당신을
여기 데려온 목적이오

하지만 어차피 동료들과
오려던 곳이었는데

이러는 목적이 뭐죠?

이곳이 얼마나 광대한지
숫자로만 상상했었어요

놀라운 것은
바로 확장 속도예요

연간 1,200제곱킬로미터씩
늘어나죠

만일 계속 늘어나면

언젠가는 대륙 전체가
소금으로 뒤덮일 거예요

지구의 모든 땅덩어리를
뒤덮을 수도 있겠죠

공상 과학이네요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소

떠도는 소문에는

여기가 외계인들에겐
완벽한 착륙지래요

이렇게 평평하고
광대한 곳은 지구에 없죠

심지어 인공위성들의
거리 측정에도 이용돼요

여긴 잉카후아시 섬이에요

지도에서 봤어요

당신의 경험을 통해

이곳의 간절함을 전 세계가
볼 거라 생각했소

무슨 뜻이에요?

뭘 하는 거죠?

어서 출발해!

이봐요

출발해

멈춰요

이봐요!

문 열어요

날 버리고 가면
안 돼요!

이봐요!

아이들도 있는데
미쳤어요?

미친 거예요?

아이들이 있잖아요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너희는 누구니?

여기 왜 온지 알아?

너는 누구야?

라일리라는 사람 알아?

여기 와 본 적 있어?
이곳을 알아?

내가 보여?

내가 보이니?

내 말 알아들어?

내 말 알아듣겠어?

넌 누구야?

내 이름은 로라야

넌 이름이 뭐야?

난 로라야

네 이름은?

우아스카르

우아스카르?

그럼 이 아이는?

얘는 네 동생이니?

난 로라야
넌 이름이 뭐야?

아타우알파

아타우알파?

우아스카르와 로라네

너희는 형제니?

너희는 잉카제국의
후예들이니?

여기 와 본 적 있어?

이 섬을 알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물은 이게 전부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부사크는 여덟이구나

이리 와

냄새 맡아 봐

양파야

이건 뭐라고 불러?

양파 좋아해?

이제부터
우린 뭘 해야 하지?

텐트를 쳐야겠어

우리 함께 하자

와서 나 좀 도와줘

펼쳐 봐

잘하네

이제 펼쳐야 해

아주 잘했어

그리고, 하나, 둘...

셋!

아주 잘했어

손 이리 줘봐

이거 좀 잡아줘

꽉 잡고 있어

잘했어

잘했어, 고마워

너도 좀 도와줘

이리 와봐

아타우알파
계속 잡고 있어

가만히 있어

움직이면 안 돼

잘하고 있어

움직이지 마

잘했어

가만히 서 있어, 좋아

이제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야

우리가 가진 식량은
일주일 치뿐이다

물 때문에 걱정이다

소금은 모든 습기를 흡수한다

우리에겐 담요와 화장지

주방용품과 난로가 있다

우린 넓게 펼쳐진
소금 평원에 갇혀있다

울타리도, 닫을 문도 없다

이 섬에서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

소금 평원을 벗어나려면
걸어서 3일은 걸릴 것이다

이건 쌀이야

이건 뭐라고 불러?

쌀...

소금 같네

밥 먹을까?

말린 생선이랑 같이?

버너를 잘 다루는구나

됐다

로라

응?

로라...

손을 이렇게 대라고?

마술이네

자석이구나

멋지구나

서서히 달이 떠오르고

어두운 밤하늘에는
저녁 별이 찾아온다네

어둠과 정적에 잠겨가는 숲

서서히 초원을 뒤덮는

희뿌연 안개가 피어오르네

세상은 참으로 고요하고

날은 서서히 저물어간다

사랑스럽고 소중한 세상

고요한 침실에는

평온한 휴식이 찾아오고

힘들었던 낮은
모두 지나간다네

이런 상황에서도
밤은 참 아름다웠다

소년 중 한 명이
잠꼬대를 했다

우린 왜 여기 갇힌 걸까?

라일리는 우리한테
왜 이러는 걸까?

어떻게 버텨낼까?

우아스카르

기분 좋아?

네

- 그래?
- 네

이리 와

좋아?

아타우알파?

우아스카르요

이리 와

좋지?

기분 좋아?

응?

시원해?

마실 물을 아껴둬야 해

물 줄게

우아스카르?

아타우알파?

우아스카르?

아타우알파, 여기 있어

가만있어야 해

뭐 하는 거야?

동생 손 잡고 있어야지

괜찮아?
내 손 잡아

됐다, 이제 가자

잘했어
오른쪽으로 넓게 디뎌

무슨 소리가 들리니?

우투런쿠...

나도 소리가 들려

멀리서 울리는
으르렁거리는 소리

소금 평원이 마치 거대한
세포막 역할을 하는구나

우린 살아 움직이는
불 위에 앉아있는 걸까?

과학기기들을 아쉬워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

주변을 둘러싼 소금 바다가
내 관점을 바꿔놓는다

알 수 없는 미로에 갇혀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외계행성처럼 느껴진다

여기는 낯선 세계가 아니다

내가 보는 걸 아이들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만일 내가 두 손을 뻗으면

저 별들을
딸 수 있을 텐데

시작하자

좋아

- 로라
- 내 순서지?

여섯!

이거 만져봐

여섯 나왔지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우아스카르 차례야

만져봐

아타우알파?

속임수 썼지?

그래?

다시 돌려놓을게

넷

하나, 둘, 셋, 넷

우아스카르

우아스카르, 뭐한 거야?

그래, 그래

속임수 좋아하는구나?

넷이야

축하해

이리 와

이런 속임수쟁이들!

속임수 쓰는 거 봤어

내 말 맞지?

날 속였어?

나한테 계속 속임수 썼지?

속임수를 쓰다니!

벌써 화요일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시간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난 눈이 먼 두 소년과
이곳에 갇혀있다

예전의 내 삶은
거의 사라져버렸다

내 삶이 변하는 걸 느낀다

어떻게 변하는지는
나도 모른다

아무도 구하러 오지
않으면 어쩌지?

물이 다 떨어지면
아이들한테 뭐라고 말하지?

아이들은 곧 들이닥칠
위험을 전혀 모른다

무슨 짓이야?

물도 조금밖에 없는데

무슨 짓이냐고?

날 봐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로라

아무 소리 안 들려

얘들아, 나 왔어

내가 왔어

우리 강아지들!

아타우알파?

- 아빠, 안녕?
- 우아스카르, 안녕?

가까이 와요

이제 당신도
우리 가족의 일원이오

장난해요?

이게 장난이에요?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
조머펠트 박사님

또 보네요, 크라우스

설명이 필요해요

알겠소

사과도요

- 사과는 할 수 없소
- 당연히 해야죠

난 감옥에 갈
각오까지 한 사람이오

당신이 납치해서
병들게 한 내 동료들은요?

아주 잘 있어요, 교수님

다행이네요

카바니 박사한테는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점점 창백해져서
인공 선탠이라도 시켜야 해요

이 애들은
내 아들이오

아이들의 엄마는

동생 아타우알파를 낳고
바로 죽었소

마을 주변을 감싸는
유독성 물질 때문에 죽었죠

콜차니 출신의
원주민 여자였죠

애들은 이제 내 가족이오

모친이 사망한 후
내가 입양했소

3년 후에는 둘 다
시각장애인이 될 거요

어떤 정권과도
관련이 없는 아이들이오

그게 디아블로 블랑코에 관한
내 보고서와 무슨 관계죠?

이 재앙은 인재예요

물론 그렇죠

아니!

내가 말할게요

난 이 모든 일에 책임 있는
컨소시엄 대표예요

독성 물질과 호수의 증발

전체적인 지형 변화로

소금이 돼 버렸소

호기롭게 시작한
관개 시설 구축 실패는

두 개의 큰 강줄기를
바꿔놨고

이젠 둘 다
복구할 수 없어요

그리고 소금 평원은
점점 늘어나죠

여기도 몇십 년 전에는
물고기가 살았고

배도 어부들도 있었소

상상도 안 가죠?

나도 보고할
준비를 했었는데

왜 날 인질로 잡았어요?

내가 유엔에
제출하고 싶었던 건

과학적 자료나
통계 자료가 아닌

그 이상을 내포한
보고서였소

뭔가 특별한 보고서 말이오

저 호수의
유독성 물질 때문에

인근에서 자란
두 소년이 장애인이 됐어요

저 애들은 다시는 세상을
볼 수 없게 돼요

이제 내가 당국으로
자수하러 가기 전에

두 가지만 허락해줘요

첫 번째가 뭐냐면...

첫 번째는...

당신을 로라라고
불러도 되겠소?

물론이죠

필요한 게 있어요

당신의 태블릿과 장난감
숟가락을 가져다줘요

내 태블릿과 장난감
숟가락이요?

네

그러죠

로라, 왼쪽으로
조금만 가봐요

거기요, 좋아요

팔을 치켜들고

엉덩이에 팔꿈치를 대요

- 이렇게요?
- 손바닥도 이렇게 펴요

하나, 둘, 셋!

웅크리고 앉으세요

움직이지 말아요

아주 좋아요

로라, 조금만 더 왼쪽으로

됐어요

발을 등 뒤로 올려요

소리 질러요

이 사진들은 감옥에서
내게 힘이 돼줄 거요

그래서 찍고 싶었소

이건 내가 두 번째로
하고 싶은 일이오

- 제게 주는 건가요?
- 네

로마행 일등석 티켓이네요?

산티시마 트리니타
수도원을 잊었소?

나무 아래의 성자요?

맞아요

자수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죠?

체포되겠죠

그럼 로마로 도망치세요

난 그곳으로 갈 거예요

고마워요

왜 가만히 서 있어요?

어서 비행기 표 예약해요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샴페인으로 축하합시다

이 자리에 빠진 건

먼 은하계에서 온
외계인들뿐이네요

수 세기 동안 우주를
여행하던 중에

여기서 하얀 천국을 발견하고

소금 호수로 불빛을 깜박이며

우주선을 착륙시켰죠

멋지네요

하지만 어떻게 초대하죠?

위성통신망이
필요하겠는데요?

그렇지 않아요

미끼로 샴페인을 보내야죠